유월에 漆畵칠화 - 스페이스 오매
살아가는, 또 살아가야 하는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배우며 조용히 지냈던 시간이었습니다. 혼란과 불안이 지나간 다음에는 그동안 당연히 여겼던 것들에 대해 돌아보고 감사하게 되더군요.⠀ 스치는 바람, 맑아진 공기. 변함없이 씩씩하게 자라나는 화초와 초록이들. 그리고 종이와 옻칠. 자연이 주는 선물로, 자연을 해치는 일 없이, 자연을 벗 삼아 매일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나의 작은 공간까지 있으니 어찌 감사하고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참여하는 전시 유월애 칠화漆畵전은 스페이스 오매 김이숙 대표님(@paulaekim)이 기획하신 것으로 나전의 바탕이나 목재 보호 수단이 아닌, 칠이 주인공이 된 전시입니다. 옻칠화가 성태훈(@seongtaehun) 박성열(@ottchil_meme) 이상의(@sangeui.lee_ottchil_) 오유미(@moiium) 함도하(@doha_ham) 임지원(@yungrongdang) 작가님들과 함께 하여 더 든든합니다
6월. 여름의 초입에서 옻칠이 자라나는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 없는 기쁨이겠습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작가의 날 Face time 행사를 진행한다 합니다. 작가가 영상 통화로 관람객들에게 전시 작품을 설명해 주는 이벤트입니다. 앞으로의 전시 방향에 대해 많은 모색이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 좋은 시도인 것 같습니다.
스페이스 오매 2020년 6월 15일(월)~27일(토) 매일 오전 11시~오후6시 (사전예약 필요) 서울 성동구 뚝섬로9길 16 4층 Tel. 070-7578-5223 http://www.omae.co Instagram @omaeco
초대의 글
나전에 바탕으로 주칠 이나 흑칠, 혹은 목재 보호의 수단으로 칠이 아니라, 정녕 칠이 주인공이 되는 전시가 열립니다.
현대 미술에서는 재료보다는 생각을, 작품이 던지는 질문을 더 살피게 되니, 굳이 작품의 재료를주인공이다 내세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왜 작가가 칠이라는 재료를 선택하였는가 에는 많은 생각과 질문들이 잇따릅니다.자연 칠은 생산량도 제한되어져 있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 보통 작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료는 아닙니다. 특히 옻이라는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기피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많은 미술재료 중에 왜 옻칠을 자신의 작품 재료로 선택했을까요?작가들은 옻칠 만이 낼 수 있는 색의 깊이, 색의 변화, 색 그 자체에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수십 회를 바르고 깎고 말려야 해도, 도저히 마음대로 칠해지지도 건조되지도 않는 살아있는생물, 칠과 함께,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뜻대로되는, 혹은 그렇지도, 그러하지도 않은 세상의 원리를 칠에서 만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작가들은 그 칠로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스튜디오 오매에서 소개하는 지천芝泉 김은경
약학대학 나와서 작가? 벤처 투자하다가 전시기획 하고 있는 저는, 그래서 더욱 김은경 작가에게신뢰가 가요.옻칠에 대한 정의도, 옻칠에 대한 과학도, 옻칠에 대한 예술도, 김작가라면 시원히 모든 판단을내려 줄 수 있다는 깊은신뢰감을 갖고 있어요.작품은 더욱 더 그러합니다. 작품은 작가의 심성을 그대로 반영하게 되는데, 김작가의 작품은 그야말로 김작가의 곱고,깊고, 넓은 심성을 더 곱게, 더 넓게, 더 깊게 펼쳐내고 있습니다.
연緣 84X89cm 닥섬유에 옻칠 (2008)
시간여행 105X84cm 닥섬유에 옻칠 (2008)